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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무빙 - 김중혁 에세이 리뷰 '바디무빙 - 소설가 김중혁의 몸 에세이'는 몸 곳곳을 주제로 작성한 에세이 모음이다. 제목인 '바디무빙'과 내용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썩 들지는 않는다. '바디'는 이해할 수 있지만, '무빙'을 붙이기에는 상당히 정적이다. 어쩌면 작가의 생각이 통통 튀듯이 넘어가니 그것이 '무빙'을 맡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총 4부로 구성된 에세이 중간중간에는 '믿거나 말거나 인체사전'과 '몸의 일기'가 끼어 있다. 에세이와 비슷하지만 좀 더 가볍고 짧은 이야기를 일러스트와 함께 다룬다. 요새는 귀여운 일러스트를 책 중간에 넣은 시집이나 에세이가 많다. 공감과 힐링을 주제로 다루는 작품들이 유행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확실히 중간에 나오는 이 내용들은 요새 유행하는 에세이처럼 가볍고 간단하다. 반면 에세이 본 내용은 .. 2020. 1. 20.
흰 - 한강 소설 리뷰 '채식주의자'를 써 유명해진 한강 작가의 소설이다. 단편소설집이라고 하기도, 장편소설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흰 것들을 소제목으로 한, 산문시로 느껴지는 짧은 글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이야기를 구성한다. 옴니버스식이라고 하는 것이 제일 애매하지 않은 표현일 것이다. 읽기 시작할 때는 각각의 글들이 소제목을 주제로 한 짧은 글조각들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 수록 모든 이야기들이 연결된, 하나의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감탄하게 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님에도 작가가 화자인 실화를 글로 옮겼다는 느낌을 준다. 라디오 방송을 하던 중 질문을 받았다고 시작하는 글이라든가, 엄마에 대해 얘기한 글들은 가상의 인물이라기에는 지나치게 구체적이어서 이것이.. 2020. 1. 20.
보헤미안 랩소디 - 정재민 소설 리뷰 편이 되어주지 못하는 나로 인해 가장 서러운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p9 가여운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서 광대 옷을 억지로 입고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공연을 했는데, 그 관객은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객석을 떠났던 것이다. p67 '퀸'이라는 밴드의 곡과 제목이 같다. 몇 년 전, 우연히 접하게 된 'Bohemian Rhapsody'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부분의 영어 노래는 가사에 담긴 내용을 깊게 생각하지 않고 멜로디와 리듬을 주로 듣게 된다. 하지만 친구가 이 곡을 소개해 줄 때는 곡의 가사를 그림으로, 만화로 담은 것을 보여주며 노래를 들려주었다. 가사의 내용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알고 난 후 곡을 듣자 색다른 구성과 함께 의미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가사에 담긴 .. 2020. 1. 19.
나를 보내지 마 -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리뷰 읽어나가기 시작할 때 분명 작가는 일본 태생인 것 같은데, 작품 배경은 영국이라 조금 어리둥절했다. '나를 보내지 마'는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SF인 듯 아닌 듯 한 소설이다. 분명 현실과는 조금 엇나간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아마 접할 수 있는 복제인간을 주제로 한 작품 중 가장 감성적이고 섬세한 작품일 것이다. SF 특유의 기계적인 분위기 보다는 평범한 10대 청소년들의 성장소설에 가까운 분위기 인데다, 복제인간을 연상시킬 수 있는 단어만 언뜻 언뜻 등장할 뿐, 아무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작품 내부에서 이 '비밀'을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작품 내의 청소년들의 비밀을 다루는 태도는 그들의 기숙사 생활에서의 사건들과 같이 독자가 10대를 추억하게 해준다. 아무도 이들이 평범하지 .. 2020. 1. 16.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황지우 시집 리뷰 황지우 시인의 다른 시집인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훑어보다가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를 읽었다. 두 시집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달랐고, 두 감정의 흐름 모두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조금 더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사유하고자 하는 생각이 보였다. 문학에서 객관성을 보는 것은 아이러니이지만 시인이 시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한 흔적이 보였다. 반면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에서는 삶의 밑바닥에서 보이는 것들을 담아낸 흔적이 많았다. 죽음, 우울, 사랑을 주제로 하는 시가 많았고 감정에서의 솔직함이 더 드러나 보였다. 책 뒤에 적힌 글을 보면 황지우 시인은 90년대 당시 정신병리에 심취해 있었고 그를 관찰하고 실험하는 시기를 겪었다고.. 2020.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