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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7

빙글빙글 우주군 - 배명훈 장편소설 리뷰 밀리의 서재에서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구글링하면 같은 작가의 동명의 초단편소설 밖에 나오지 않는다. 소설을 읽고 이런 소설을 원래부터 썼던 사람인 줄 알았다. '이런 소설'이라는 게 무엇인가 하면 애매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작가의 말에 사건과 등장인물이 좀 멀리 떨어진 이야기를 쓰는 것이 새로운 시도라고 되어 있긴 했다. 새로운 시도를 한 것 같지 않게 아주 노련했다는 뜻이다. 배명훈 작가는 2004년에 등단한 유명 SF 작가이기 때문에 당연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세계관과 사건은 상당히 참신하고 범우주적이다. 화성에도 문명이 있어 지구와 연결된다든가, 인위적인 구조물 같은 것이 생겨나 태양광을 지구에 더 반사해서 지구가 더 더워졌다든가. 그 외에도 상당히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점을.. 2020. 3. 29.
덧니가 보고 싶어 - 정세랑 장편소설 리뷰 어제에 이어 정세랑의 또 다른 장편소설을 읽었다. 이 책 역시 거의 하루 만에 주파했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홀린듯이 읽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소설가다. 그것도 장르문학을 쓴다. 챕터가 신기한 구성인데, 인물 둘의 장면이 번갈아 나오고 그 중 소설가의 장면이 나오면 소설가가 교정을 보는 단편소설이 액자식 구성으로 나온다. 그래서 장편 하나를 읽으며 그 안의 수많은 단편도 같이 읽은 셈이다. 어떻게 이렇게 아이디어가 샘솟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책 속의 단편에서 계속 남자 등장인물이 죽는다는 것이, '남자 등장인물을 죽여야 글이 재밌어져'라고 말하는 편집자의 말이 어쩌면 소위 '미러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냉장고 속의 여자'를 비튼 것 같기도 하다. 글의 재미를 위해 .. 2020. 3. 17.
살해하는 운명 카드 - 윤현승 장편소설 리뷰 가끔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면 책을 추천하는 글이 보인다. 책을 추천하는 페이지 여러 개에 좋아요를 눌러놓아서 그렇다. 그중 하나는 영화 예고편처럼 흥미진진한 카드 뉴스로 책을 홍보한다. 가끔은 두 달간 무료로 대여해주는 전자책을 알려주는데, 이 책도 그중 하나다. 페이지에서 보여준 앞부분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이 책을 빌렸다. 결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전에도 종종 페이지에서 보고 무료 책을 대여한 적이 있지만 두 달 안에 다 읽지 못한 책이 훨씬 많았다. 반면 이 책은 일주일도 안되어 다 읽었다. 계속 책을 보고 싶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었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주인공의 심리가 들쭉날쭉하는 걸 가감없이 보여준다. 제삼자의 시선에서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일부러 등장인물을 한심하게 설.. 2020. 1. 20.
컨설턴트 - 임성순 장편소설 리뷰 영화 같이 전개가 빠른 소설을 좋아한다. 컨설턴트는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조금 더 현실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빅 픽쳐' 같은 느낌이었다. 두 책 모두 전개가 빠른 것이 특징이고, 살인사건이 일어나지만 담담한 문체를 사용한다는 점, 현실적인 주위 환경에서의 비현실적인 주인공의 상황 또한 비슷하다. 우리에게 어떠한 메세지를 던져준다는 것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살인에 대해 언급하면서 주인공이 이전부터 있어왔던 청부살인의 역사를 읊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상상력 사전'과 비슷하다. 그 부분은 이후에 계속 언급되며 우리에게 사회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해주려고 한다. 그 메세지는 결국 우리 모두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또 우리 자신을 위해 다른 사.. 2020. 1. 20.
흰 - 한강 소설 리뷰 '채식주의자'를 써 유명해진 한강 작가의 소설이다. 단편소설집이라고 하기도, 장편소설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흰 것들을 소제목으로 한, 산문시로 느껴지는 짧은 글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이야기를 구성한다. 옴니버스식이라고 하는 것이 제일 애매하지 않은 표현일 것이다. 읽기 시작할 때는 각각의 글들이 소제목을 주제로 한 짧은 글조각들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 수록 모든 이야기들이 연결된, 하나의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감탄하게 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님에도 작가가 화자인 실화를 글로 옮겼다는 느낌을 준다. 라디오 방송을 하던 중 질문을 받았다고 시작하는 글이라든가, 엄마에 대해 얘기한 글들은 가상의 인물이라기에는 지나치게 구체적이어서 이것이.. 2020.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