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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살해하는 운명 카드 - 윤현승 장편소설 리뷰

by 칠월색 2020. 1. 20.

 

가끔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면 책을 추천하는 글이 보인다. 책을 추천하는 페이지 여러 개에 좋아요를 눌러놓아서 그렇다. 그중 하나는 영화 예고편처럼 흥미진진한 카드 뉴스로 책을 홍보한다. 가끔은 두 달간 무료로 대여해주는 전자책을 알려주는데, 이 책도 그중 하나다. 페이지에서 보여준 앞부분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이 책을 빌렸다. 결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전에도 종종 페이지에서 보고 무료 책을 대여한 적이 있지만 두 달 안에 다 읽지 못한 책이 훨씬 많았다. 반면 이 책은 일주일도 안되어 다 읽었다. 계속 책을 보고 싶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었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주인공의 심리가 들쭉날쭉하는 걸 가감없이 보여준다. 제삼자의 시선에서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일부러 등장인물을 한심하게 설정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내가 저 상황에 있으면 주인공보다 나은 생각을 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렇게 주인공을 변호하기도, 주인공을 비판하기도 하면서 책을 읽게 된다. 한심한 인물상에 비해 사건은 꽤 잘 짜여 있다. 읽으면서 예상할 수 있는 요소를 마지막에 다 넣어서 보여준다. 그 이상을 보여주며 예상을 뒤엎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불만족스럽지도 않아서 나로서는 재미있게 읽었다.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도 있으니 생략하겠다. 😉

설정도 다양하게 활용하기 좋다고 느꼈다. 흔한 소재인 저택에서의 게임 속에 흔한 요소인 운명을 넣었다. 흔한 것을 섞었더니 그 결과는 신선했다.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게임에 들어가도 좋을 것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역시 이 소설이 이 소재로 뽑아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말한 한심한 인물상조차도 의도한 것 같다. 작가가 다양한 시도 끝에 이 진행, 이 결말을 고르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참 잘 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무료 전자책 중에서도 잘 쓴 책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곧 연휴가 다가오니 휴일을 맞아 무료로 전자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2020년 1월에 추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중인 '머니게임'이라는 웹툰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리셰적인 면이 있으니 비슷하다고 해서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웹툰에서는 좀 더 사람의 심리에 대해 많이 다뤘고, 책에서는 규칙이 좀 더 많이 적용했다고 느꼈다. 그리고 '머니게임'에서는 예상을 뒤엎는 전개를 많이 보여줬지만, 이 책에서는 그것까지는 아닌 대신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위에 언급했듯이 '운명'이라는 요소가 주는 매력이 있다고 느꼈다. 

2018년 9월에 쓰고 2020년 1월에 일부 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