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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컨설턴트 - 임성순 장편소설 리뷰

by 칠월색 2020. 1. 20.

영화 같이 전개가 빠른 소설을 좋아한다. 컨설턴트는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조금 더 현실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빅 픽쳐' 같은 느낌이었다. 두 책 모두 전개가 빠른 것이 특징이고, 살인사건이 일어나지만 담담한 문체를 사용한다는 점, 현실적인 주위 환경에서의 비현실적인 주인공의 상황 또한 비슷하다. 우리에게 어떠한 메세지를 던져준다는 것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살인에 대해 언급하면서 주인공이 이전부터 있어왔던 청부살인의 역사를 읊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상상력 사전'과 비슷하다. 그 부분은 이후에 계속 언급되며 우리에게 사회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해주려고 한다. 그 메세지는 결국 우리 모두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또 우리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구조"는 결코 조정되지는 않는다. 사라지는 건 늘 그 "구조"의 구성원들뿐이다."

 

라는 본문처럼 "구조"가 우리가 서로를 죽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누구의 탓이라거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외치는 메세지는 아니다. 그냥 현실에서 일어나는 그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우리가 직면하게 만들고 있다. 그 장치로 청부살인을 하는 '컨설턴트'를 사용했을 뿐이다. 주인공인 컨설턴트는 자신 앞의 일을 해결하다가 책을 읽어가는 독자와 동시에 우리 모두가 모두를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다. 그로써 독자들은 청부살인을 구상하는 컨설턴트에 자신을 이입해본다. 그것을 쉽게 해주는 장치 중 하나는 그의 주위의 여자들이다. 현실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그들 또한 '회사'가 보낸 것이라는 반전으로 충격을 준다.

처음엔 그저 소설을 써서 청부살인의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한 소설가의 이야기로 판타지성을 강조하지만 그가 회사에 대해 알아가면서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작품 내의 사회는 우리의 사회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가 콩고의 고릴라 이야기다. 아프리카의 내전이 우리가 쓰는 전자제품 내의 물질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우리가 전자제품 하나를 살 때마다 아프리카의 누군가가 죽어간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있다고 하더라도 죄책감을 갖기보다는 '어쩔 수 없지.' 하고 다들 넘어간다. 이 책에서 주인공의 친구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이 하던 일, 청부살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에 몸서리친다. 하지만 그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평범한 우리들, 주인공의 친구나 청부살인을 하는 주인공이나 결국 모두 서로를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메세지와 개연성, 스토리 모두 탄탄해서 어떻게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간다. 1인칭으로 쓰여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한 편의 영화 같으면서도 조금 더 차분하고. 색다른 표현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색다른 시도이자 묘한 책이다. 

2017년 2월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