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

빙글빙글 우주군 - 배명훈 장편소설 리뷰

by 칠월색 2020. 3. 29.

밀리의 서재에서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구글링하면 같은 작가의 동명의 초단편소설 밖에 나오지 않는다. 

소설을 읽고 이런 소설을 원래부터 썼던 사람인 줄 알았다. '이런 소설'이라는 게 무엇인가 하면 애매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작가의 말에 사건과 등장인물이 좀 멀리 떨어진 이야기를 쓰는 것이 새로운 시도라고 되어 있긴 했다. 새로운 시도를 한 것 같지 않게 아주 노련했다는 뜻이다. 배명훈 작가는 2004년에 등단한 유명 SF 작가이기 때문에 당연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세계관과 사건은 상당히 참신하고 범우주적이다. 화성에도 문명이 있어 지구와 연결된다든가, 인위적인 구조물 같은 것이 생겨나 태양광을 지구에 더 반사해서 지구가 더 더워졌다든가. 그 외에도 상당히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점을 좀 더 개인과 개인 간의 작은 사건으로 나뉘어서 묘사해줘서 재밌었다. 드라마화되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이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우주에 떠 있는 로봇을 운전하는 조종사가 신호가 들어오는 데까지 2초 지연이 있어 2초 뒤를 예상해서 행동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최근에 친구가 인터넷 방송을 해서 보는데, 채팅과 화면의 지연이 20초가량 있어서 좀 불편했다. 그래서 좀 더 시간 지연에 대한 묘사가 실감이 났다. 그게 마지막엔 거의 키 포인트가 돼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금 검색해보니 배명훈 작가는 국제정치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공군 출신이라고도 책 말미에 밝혔다. 이런 경험이 잘 녹아난 소설이었다. 우리나라에 우주군이 있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군대에는 관심이 없고, 우주에는 관심이 많은 내가 읽기엔 우주나 군대보단 그냥 그 안에서 사람이 사는 이야기에 초점이 더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건과 등장인물이 떨어져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배경이 새롭지만 일상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점이 친근했다. 인물 하나하나가 조명받는 사건이 있기도 했고, 개성 있는 인물도 나왔다. 박국영을 '바깥구경', 한섬민을 '핸섬맨' 등등, 별명으로 바꿔 부르는 등장인물이 한 명 있었는데, 덕분에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부서 등을 외우기 힘들어하는 내가 다양한 등장인물을 좀 더 친근하게 기억할 수 있게 해 줬다. 안타깝게도 그 등장인물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안! 그 외에도 전반적으로 캐릭터들이 개성이 넘치는 데다가 성별에 따라 구별하는 묘사가 적어서 좋았다. 근미래 배경이라 그런지 군대라고 해서 남자만 있지 않고, 여러 성별이 같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는 지점이나 개성 있는 여성으로 추측되는 등장인물이 많은 것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