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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 원자부터 우주까지 밝히는 완전한 이론 - 마이클 워커 과학도서 리뷰

by 칠월색 2020. 8. 21.

책을 읽으며 이전에 학교에서 배우면서는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으로 양자역학을 볼 수 있었다. 과학사를 곁들여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양자역학을 소개해주는 책이었다. 신소재공학과를 전공하고, 화학과를 부전공으로 선택하여 수강한 여러 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양자역학과 연결된 부분을 토대로 융합하여 알기 쉽게 다시 배우는 느낌이었다. 양자역학의 발전에 따른 과학의 역사와 함께 다른 과학적 발견도 소개해주어 상식을 키울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반감기(half-life)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이 러더퍼드라는 사실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양자역학이 생길 즈음의 과학사를 보며 우리가 과학을 다룰 때 어떤 태도를 가지면 좋을지 깨닫기도 했다

‘왜 양자를 양자라고 부르는가?’ 처음부터 신선한 의문으로 시작한다. E=hf, 에너지의 양자화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였는데 책을 읽으며 처음 이론이 생겨났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왜 여러 과학자가 점차 에너지의 양자화를 주장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플랑크는 그저 수학적 편의를 위해 양자 개념을 사용했고,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를 통해 양자를 물리적 개념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설명하며 책은 아인슈타인의 개인사를 함께 언급한다. 우리가 흔히 알던 과학자의 사생활을 알게 되는 것은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었다.

파울리가 파울리 배타 원리를 제안할 때, 증거나 물리적 이유가 없이 그저 주기율표의 원소 배열에 맞아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이것을 전자껍질을 채우는 원리로 가정한 것을 알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지금 우리는 실험적 증거가 많이 발견되었기에 이것을 받아들여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파울리처럼 처음에 이런 이론을 제안하는 학자들은 대체 어떻게 이런 가정을 하게 되었던 건지 신기하다. 특히나 양자역학은 과학자들이 전자스핀 등 고전역학과 연결되지 않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면서 발전했기에 양자역학을 배우고 있자면 그들이 양자 세계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 때 어떤 과정을 통해 생각했을지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하다. 그래서 내가 과학사를 배우는 것을 즐기고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광전효과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광자의 입자성이 콤프턴효과와 가이거, 보테의 실험 결과 등으로 증거가 보완되며 결국 아인슈타인이 이를 처음 지지한 지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물리학계가 광자의 파동-입자 이중성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수업을 통해 배울 때는 광전효과로 인해 광자의 입자성이 곧바로 받아들여진 줄 알았는데 광전효과가 입자성을 처음으로 지지할 때 그 근거가 되기는 했지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시간과 더 많은 증거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책을 읽은 덕분에 알게 되었다. 이 이후 드 브로이가 입자의 파동성이라는,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생각을 추리해낸 것을 아인슈타인이 살펴보고는거대한 장막의 한 모서리를 들어 올렸다.”고 대답한 것까지 보면,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과학 이론을 제안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음을 엿볼 수 있다. 학문은 그러한 급진적인 주장과 그 주장을 받아들이는 학계를 통해 점점 발전해나간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당시에는 도전적인 주장일지라도 나중에는 상식 수준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 그 점을 잊지 않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태도가 과학을 할 때 중요하겠다고 느꼈다.

양자역학이 생기기 전, 1666년에 아이작 뉴턴이 유리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무지개색으로 나뉘는 것을 보고 그것을 스펙트럼이라고 부른 역사와 1800년대 초반에 물질을 불에 노출하면 발산하는 색깔이 혼합된 빛을 분광기를 통해 분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역사가 없었다면 이후 하이델베르크와 키르히호프, 옹스트롬, 발머 등의 과학자가 원소와 화합물을 스펙트럼을 통해 확인하고, 수소의 스펙트럼을 측정하고, 그 스펙트럼선을 나타내는 공식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양자역학은 이전의 과학(고전역학)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고전역학과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많은 것을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양자역학 이전의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양자역학도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과학은 이전에 배운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론을 제안하면서 점점 넓어지고, 발전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과학자 또한 시대를 산 인물이기에, 전쟁과 정치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극단적 반유대주의자가 된 독일의 물리학자가 아인슈타인을 매도하며 상대성이론을유대인 물리학이라고 공격했다는 것을 보고는 정말 놀랐다. 과학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과학을 다루는 우리는 모두 사회의 편견에서 벗어나기 힘든 그저 사람들이기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에 COVID-19 사태 이후로 여성 연구자의 논문 게재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한편, 남성 연구자의 논문 게재 수는 그에 비해 큰 변화가 없었다는 조사 결과를 보았다. 과학자는 사회의 편견과는 상관없이 순수한 학문을 다룬다는 선입견을 품기 쉽지만, 심지어 아인슈타인조차도 유대인을 향한 공격과 차별에 맞서야 했다. 반유대주의 과학자들은 상대성이론을 내용이 아닌 유대인이 만든 이론이라는 이유로 공격했다. 과학을 함에 있어서 사회적 편견이 연구에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학문의 신뢰성을 지킬 수 있겠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