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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가 과학을 사랑하는 법 - 곽재식 과학도서 리뷰

by 칠월색 2020. 3. 28.

여태 읽었던 과학 교양서 중 제일 강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과학사와 과학 상식,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 의미의 균형이 절묘하다.

과학사는 읽을수록 이걸 어떻게 조사해서 알아냈을까 싶을 정도로, 인생에서 흥미로울 법한 에피소드는 다 들어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물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밝혀내 까발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위대한 과학자라고 해서 우리와 전혀 다른 외계인 같은 사람이 아니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혹은 살아갔던 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은 여러 여성 과학자를 소개하는 책이기에 이 사람들이 지금보다 조금 더 과거이기에 좀 더 구시대적이고 편견이 강했던 사회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어떻게 이겨내고 견뎌냈는지 보여준다. 여성 과학자는 가려진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DNA 구조를 밝혀낸 것에 기여한 바가 큼에도 왓슨과 크릭보다 덜 알려졌듯이, 그리고 마리 퀴리가 남편에 가려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남편만 노벨상을 받을 뻔 했듯이. 이 책에서는 그런 여성 과학자의 관점에서 그가 과학에 해낸 기여와 그럼에도 받았던 좋지 못한 시선을 풀어낸다. 한국의 과학자와 의사도 나오는데, 오히려 한국의 여성과학자들은 한국인에게도 정말 알려지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의 생애와 공로를 조명하는 책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사회는 개인이 납득하고 견뎌낼 때가 아니라,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비판하고 그를 바꾸기 위해 행동할 때 바뀌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사회에서 힘들게 견뎌내면서도 과학적으로 크게 기여한 여성 과학자들을 보고 있으면 이들 또한 편견이 틀렸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사회의 편견 타파에 기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왠지 용기가 생기고 격려를 받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위대한 학자였어도 편견에 시달려야 했다는 점은 슬프지만, 그럼에도 결국 그들이 세상을 바꿀 정도로 과학을 발전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들려주는 과학자의 이야기는 의미 있고, 재미도 있었다. 

과학 상식도 이 책만 읽어서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아는 내용이 많았지만 그래도 좀 더 쉽고 간단한 설명을 접할 수 있어 좋았고 이런 관점에서도 볼 수 있구나, 하고 감탄이 나왔다. 원자에서부터 우주, 컴퓨터까지 점점 현대로 오면서 스케일이 커져가는데, 그 안에서 개념을 서로 연결해 설명한다. 다른 과학자를 소개했을 때 나왔던 개념을 다시 언급하여 복습도 할 수 있다. 생물학, 화학, 물리학, 천문학, 분야에 가리지 않고 연결점을 찾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설명을 시작하는 것에 감탄했다. 곽재식 작가님이 교육 전공이나 관련 직업을 가지셨는지 의문을 가질 정도였다. 

중간중간 우리가 과학사로부터 배울 점이나 작가님이 느낀 점이 적혀있는데, 학생이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동기부여가 될 법한 문장도 많았다. 과학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열정이 불탈법한 내용도, 우리가 인생을 살고 공부를 하면서 잊지 말아야 하는 점도, 편견 때문에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배제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도 담겨있었다.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다. 또, 곽재식 작가님이 대학원생이었을 때 느꼈던 점을 풀어주신 것도 안타까우면서도 재밌었다. 예를 들면, "세상의 대학원생들이 학위를 따기 위해 연구하는 과정을 보다 보면, 중요한 주제라거나 관심이 가는 주제이냐 하는 점 못지않게 빨리 논문을 완성해서 기한 내에 졸업을 할 수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연구 방향을 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고 한 부분에서는 대학원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학에 직접 와보기 전에는 대학원 생활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기도 했다. 그런 환상을 깨줌과 동시에, 그럼에도 "저는 저의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고, 최선을 다한 후에도 배울 수 없다면, 그때 포기하겠습니다. 그 전에는 아닙니다."라고 말했던 김점동(박 에스더) 의사의 말처럼, 현실을 굳건히 이겨나가고 공부를 계속해나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의지를 다질 수도 있었다.

단순히 과학사만을 정리한 책이 아니라, 이렇게 세 가지가 골고루 갖춰진 책일 줄은 몰랐다. 읽는 내내 재밌게 읽었다. 이 중 하나에라도 관심이 있다면 읽는 걸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