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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완전하게(이숙명) 리뷰 불면증이 심해졌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 내일 수업에 가려면 일찍 자야 한다는 강박 등이 원인이었다. 뭘 해도 잠이 안 와서 책을 읽었다. 그렇게 사흘 밤 만에 이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가족에게서 언제 독립을 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다 우연히 “책 끝을 접다” 페이지에서 가족의 기대에 맞추려 하지 말고 가족도 내 행복을 바랄 것이라는 이기적인 마음가짐을 갖자는 카드뉴스를 봤다. 그렇게 읽게 된 책이 이 책이다. 가족에 대한 얘기가 생각만큼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러모로 읽을 가치가 있었다. 우선, 내가 전혀 겪어보지 못한 삶을 살펴볼 수 있었다. 직장도, 룸메이트도 없이 혼자 살면서 밤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삶. 불면증이 걸린 나로서는 참 부러웠다. 불면증에 대고 “그러든가~” 하고 밤을 꼴.. 2020. 1. 13.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 반다나 싱 SF 소설집 리뷰 인도 출신의 SF 작가인 반다나 싱이 쓴 소설집이다. 이 책에 나온 인도 문화 중 아는 거라곤는 웹툰 '쿠베라'에 나오는 신 이름 몇 개 정도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계속 읽게 됐다. 작가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읽는 데 속도가 나지는 않았지만 단편 소설 하나하나가 울림을 줬다. SF답게 수학/과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갈 법한 개념과 내용도 많이 들어가 있었다. "유한 안에, 그러니까 수직선 위의 그 작은 도막 안에 무한이 존재한다. '얼마나 심오하고 아름다운 개념인가!'"라고 감탄하는 수학 교사가 나오기도 하고, SF에 흔한 소재인 평행우주와 대칭을 엮은 단편소설도 있다. 작가가 이론물리학자임이 잘 드러났고, 수학사, 과학사도 언급되어 묘하게 반가워하며 읽는 재미가 .. 2020. 1. 13.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리뷰 나는 법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여태까지 학교에 다니면서 법과 관련된 과목을 단 하나도 듣지 않았다. 중학교 때 일반 사회에서 조금 다뤘을까 말까, 그 정도가 다다. 역사와 언어를 더 좋아해서 교양이나 사회 선택과목도 다 그렇게 골랐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건 이 책을 드라마화한 동명의 드라마 클립 일부를 봤기 때문일지, 작가인 문유석 판사에 대해 들은 여러 좋은 이미지 때문일지 모르겠다. 내가 본 클립은 신입 판사가 성동일 역의 부장판사의 야단에 부르마를 입고 나와서 “이 정도면 노출 없고 괜찮겠냐”는 식으로 받아치는 통쾌한 장면이었다. 재밌게 봤다. 이 책도 엄청 재밌게 술술 읽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드라마도 볼 걸 그랬다. 생각보다 옴니버스 형식이었고, 내용 진전이 많지는 않아서 이게 소.. 2020. 1. 13.
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는 법(안드레아 오언) 리뷰 제목을 보면 좀 막말하는 자기계발서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읽어보니 자기계발서나 힐링 서적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이 책은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라고 하지도 않고, 다 괜찮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실용서이다. 나도 모르게 공부하듯이 키워드를 정리하면서 읽었다. 키워드를 정리하기도 정말 쉬웠던 게, "내면의 비판자", "연민하는 목격자"와 같이 기억하기 쉬운 단어로 정리해 준다. 포스트잇에 10개 이상의 단어가 적혔는데, 이것들을 의식하면서 산다면 좀 더 긍정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아니, 그보다는 '개떡 같은 기분'에서 탈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에 가까운 것 같다. 정말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 2020. 1. 13.
끌림 - 이병률 여행 산문집 리뷰 랜덤으로 책을 받지 않았다면 읽어볼 일 없던 책이다. 주변 사람 중 한 명이 사진만 잔뜩 들어가고 글은 적게 들어간 책에 대해 맹렬히 비판했고, 나도 어느 정도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사진이 정말 많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게 불만이 되지는 않았다. 글도 그만큼 많이 들어가 있을뿐더러, 글에서 울림을 느꼈기 때문이다. 취향에 안 맞을 것 같은 글이었지만, 읽다 보면 한 문장씩 마음에 들어왔다. 어느 부분에서는 '에이, 이건 좀 아니지' 싶기도 했지만, 또 다른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면서 점점 좁은 사회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학교도 학교다 보니, 점점 주위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내 주위에 없는, 사람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2020.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