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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리뷰

by 칠월색 2020. 1. 13.

나는 법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여태까지 학교에 다니면서 법과 관련된 과목을 단 하나도 듣지 않았다. 중학교 때 일반 사회에서 조금 다뤘을까 말까, 그 정도가 다다. 역사와 언어를 더 좋아해서 교양이나 사회 선택과목도 다 그렇게 골랐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건 이 책을 드라마화한 동명의 드라마 클립 일부를 봤기 때문일지, 작가인 문유석 판사에 대해 들은 여러 좋은 이미지 때문일지 모르겠다. 내가 본 클립은 신입 판사가 성동일 역의 부장판사의 야단에 부르마를 입고 나와서 “이 정도면 노출 없고 괜찮겠냐”는 식으로 받아치는 통쾌한 장면이었다. 재밌게 봤다. 이 책도 엄청 재밌게 술술 읽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드라마도 볼 걸 그랬다.

생각보다 옴니버스 형식이었고, 내용 진전이 많지는 않아서 이게 소설인지, 경험담인지 의아한 부분도 있었는데 맨 뒤의 설명을 보니 대충 납득이 갔다. 그래도 세 캐릭터 다 짧은 이야기만 가지고 있음에도 애착이 가게 잘 쓰셔서 나는 이 책이 판사님의 첫 소설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사람이 많았고, 역시 현실에 진짜 선역, 악역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1번 배심원’이라는 할아버지 캐릭터인데, 처음에는 마냥 남자에 이입하다가 자신이 약자였던 경험을 떠올려 폭행 피해자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이런 사람이 세상에 생각보다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 모두 자신이 약자였던 경험을 생각해보면서 서로를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당연한 생각이 들었다.

법정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사례나 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음에도 어렵지 않게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아갈 수 있었다. 법이라는 분야에 좀 더 거부감을 내려놓고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2019년 4월 3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