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으로 책을 받지 않았다면 읽어볼 일 없던 책이다. 주변 사람 중 한 명이 사진만 잔뜩 들어가고 글은 적게 들어간 책에 대해 맹렬히 비판했고, 나도 어느 정도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사진이 정말 많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게 불만이 되지는 않았다. 글도 그만큼 많이 들어가 있을뿐더러, 글에서 울림을 느꼈기 때문이다. 취향에 안 맞을 것 같은 글이었지만, 읽다 보면 한 문장씩 마음에 들어왔다. 어느 부분에서는 '에이, 이건 좀 아니지' 싶기도 했지만, 또 다른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면서 점점 좁은 사회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학교도 학교다 보니, 점점 주위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내 주위에 없는, 사람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작가뿐만 아니라, 작가가 여행을 다니면서 만난 세계의 많은 사람이 정말 나와는 달랐다. 하지만 그 사람도 지구에 사는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는 또 그와 비슷한 사회가 있었다. 그런 많은 세상의 모습을 포용하면서 곳곳을 여행하는 작가와 같은 사람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더럽고 시간도 잘 맞지 않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일지라도 그곳에서 얻는 것이 있어 갈 생각을 한다니. 어릴 때 나는 내가 도전적인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커가면서 점점 시야가 좁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물리적인 의미에서도, 정신적인 의미에서도 세상을 좀 더 넓게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되고 싶었던 모습과 다르다고 해서 배척할 이유가 있을지, 내 이상은 현실과 너무 멀었던 것 아닌지, 그렇게 현실적인 사람의 모습을 배척하려고 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이 작가처럼 솔직하게 글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좀 더 내려놓고 세상을 포용하는 관점으로 살다 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2019년 5월 31일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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