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내기 - 곽재식 소설집 리뷰

또 곽재식 작가의 SF 단편 소설집이다. "지상 최대의 내기"라는 이름의 단편 소설은 이미 웹진 "거울"에서 읽어본 적이 있었다. 그 외에도 읽어봤던 내용의 소설이 몇 편 있었으나 읽어본 적 없고 이 책이 아니었으면 다른 방법으로 읽기 힘들었던 단편 소설들도 몇 편 읽었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특히 앞에는 아는 소설이 많았으나 뒤로 갈수록 모르는 소설이 많아서 뒤로 갈수록 재미있게 느껴져서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의 이미지가 쇄신된 느낌이다.

곽재식 작가의 SF 소설의 큰 특징 중 하나는 한국 직장의 비효율적인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읽는 독자가 "고구마"를 얻게 하는 것이 있는데, 이 단편집에서도 "초공간 도약 항법의 개발" 뿐만 아니라 여러 단편집이 회사를 배경으로 했다. 특히 이 소설은 이전에 읽어본 적이 있어 답답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읽으면서 얼굴에 열이 뻗칠 정도로 답답한 내용이었다. "체육대회 묵시록" 또한 정말로 답답한 내용이었으나, 결말에서 나름대로 통쾌함을 줘서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회사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의 소설이 있었다. 이 소설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소설로 "다람쥐전자 SF팀의 대리와 팀장"이 그것이다. 회사에 SF팀이 있어 그곳에 근무하면서 SF를 읽는다는 내용으로, 회사가 생각보다 평화롭고 소위 "꿀 빠는 직장"이라 읽으면서 화나는 점이 별로 없다. 주인공이 쓸데없는 생각이 많다는 점이 나와 닮아 보여서 재밌었고, 다른 SF 작가의 다른 SF 소설을 메타적으로 자유자재로 영업한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다른 소설들도 찾아서 읽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 외의 소재도 분위기가 정통 SF 같은 면도 조금은 있고,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벼워서 읽기 좋았다.

"멧돼지의 어깨 두드리기"는 "멋진 신세계"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즐거운 소재였다. 작가의 말에 작가분이 결말이 아쉽다고 하셨지만 나는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결말이 좋았다.

곽재식 작가님의 패턴을 어느 정도 간파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다른 한국 SF 작가의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빌린 책이 한 권 있어서 그 책까지는 읽어봐야겠다.

 

2020년 1월 5일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