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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개인주의자 선언(문유석) 리뷰

by 칠월색 2020. 1. 9.

책을 읽기 전 봤던 평이 생각보다 안 좋은 건 사람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책을 읽기 때문이었을까. 제목만 보면 이렇게 칼럼을 모아둔 글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신문 칼럼을 하나씩 읽는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훑었다. 그래도 짧은 글 사이에 어떤 통일성이나 연결성이 느껴지기는 했다. 판사의 눈으로, 인문학을 조금이나마 아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엿볼 수 있었다. 인문학, 특히 '주의'로 끝나는 단어들에 대해 아는 바가 적은 나는 이 나라의 문제점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기는 하지만 이 책과 같이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사회 공부, 인문학 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었다. 개인주의자가 사회의 문제를 보는 시선은 한 발짝 뒤에서 보듯 건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희망적이다. 자신과 타인 사이에 선을 긋고 있는 개인주의자는 역시 좀 더 객관적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일까. 사회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객관화까지, 한국 중년 남성에게서 좀처럼 찾기 힘든 태도가 돋보였다.

판사이기 때문에 비판적인 면에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는 얘기가 종종 나왔는데, 과격하게 모든 의견을 양 갈래로 나눠버리는 한국에서 갖기 힘들지만 권장되는 태도가 아닐까 싶었다. 나 또한 흑백논리는 피해야 하고, 좀 더 복합적인 측면에서 사회 현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요즘 사회에 전염되었는지, 종종 '그래서 결론이 뭐지?' '이 의견은 이쪽인가 다른 쪽인가'라고 생각하며 흑백논리를 펼치게 된다. 그런 내 사고에 제동을 걸어주는 책이었다.

개인주의자가 되고 싶은 사람보다는, 이미 스스로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하고 그 태도에 공감하며 책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 하다.

2019년 6월 6일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