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 소설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설은 무엇일까? 140자쯤 된다면 줄만 잘 나누면 시나 현대 시조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제목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읽다 보면 아무리 짧아도 소설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짧은 소설 중에는 헤밍웨이의 여섯 단어 소설인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팝니다. 아이 신발, 한 번도 안 신은)'이 유명하다. 짧아도 이 소설을 읽고, 이해하고, 느끼는 시간은 길다. 그것처럼 140자 소설도 오히려 긴 소설보다도 페이지를 넘기는 시간이 느렸다. 140자를 지키기 위해 직접 쓰여있지는 않지만, 글자 사이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있기에 이해하며 글이 다시 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즐거웠다. 적혀 있는 내용은 아주 담백하지만, 행간을 읽으면 충격적이거나 달콤한 이야기도 있었다. 시 또한 여운이 남는 글이지만, 140자 소설은 시보다는 조금 더 '이야기'에 가까웠다. 긴 이야기의 한 도막을 엿본 느낌이기에 그 전후 상황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짧지만 강렬하고 기승전결이 갖춰진 글도 있었다. 그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소설은 소설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 다른 의미가 생긴다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140자 제한을 맞춰서 글을 쓰라고 하면 생각보다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는 꾸준히 습관을 만들어 무언가를 해내는 것이 어렵게 느껴져 140자 소설을 99개나 모아서 책을 쓴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곽재식 작가님이 빠른 글쓰기 속도와 글쓰기 책으로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다. 사소한 계기로부터 꾸준한 메모 습관을 기르기 시작해 그것을 바탕으로 140자 소설이라는 새로운 도전에도 성공한 작가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2019년 9월 17일에 읽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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