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작가의 말에서부터 위트가 넘친다. 짧은 이야기들이 모여있으니 작가의 말도 시조로 남겼다고 한다. 말 그대로 다양하고 짧은 단편소설들이 담긴 이야기인데, 주제는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 현실적이기에 해학적인 사람사는 이야기들만을 모았는데, 어떤 이야기에서는 눈물이 나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피식거리면서 읽게 되기도 한다. 맺고 끊음이 적당한 길이로 쓰여진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웃음이 나는 이야기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했더니 실제로 있는 일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흔한 일은 아니지만 주위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모여있어 편하게 읽기 좋았다.
현실적인 이야기인 만큼 주로 친구와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 중 인상깊었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보자면, '제발 연애 좀 해' 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이 있다.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느닷없이 전화를 거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대화체가 전부이지만 어색함 없이,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헷갈리지 않고 잘 읽힌다. 실제로 말투 또한 우리가 직접 말하는 것 처럼 말줄임표도 많고, 말투도 생활 속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투이다.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뜬금없이 두 친구 모두가 아는 한 사람의 우스운 삶에 대해 말하는데, 그 친구는 밤중에 걸려온 전화에 짜증이 나 '남 이야기를 왜 그렇게 신경쓰느냐, 신경쓰지 말고 너는 연애나 좀 해라.'라고 몰아붙이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꿋꿋이 말을 이어가는 친구나, 전화를 끊지 않고 꼬박꼬박 대답해주는 친구나 둘다 우스운 데다가, '연애나 좀 하라'는 말이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라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텔레비전 방송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흔한 대화와 다른 점은 아마도 소설 주인공들답게 하는 말과 행동이 현실과 아주 약간 다르다는 점에서 오는 이질감과 소설이기에 작가가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 속에서 하고 싶은 주제를 마음껏 펼쳐놓는다는 점일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제목은 '마주 잡은 두 손'이다. 소설가가 쓰는 이야기 답게 인물에 소설가가 등장하는 데다가, 마지막 문장이 '그가 낸 첫 제목은 '마주 잡은 두 손'이었다네.' 라서 소설이 마치 실화인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하지만 상황은 실제로 흔히 일어나지는 않는 상황인 데다가, 마지막에 두 주인공이 서로 호감을 표하게 될 것 같은 묘한 로맨스 분위기를 풍기지만 실제로 소설 문체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도 인상깊었다.
이 책의 소설들은 흔한 이야기이지만 안에 주제를 담고 있어 읽는 이가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이야기와 흔하지 않은 이야기이기에 상황 설정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 두 경우로 구성되어 있다고 느꼈다. 두 경우 모두 몰입감 넘치고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생각과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심심할 때 한 번 쯤은 읽어보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2월 6일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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