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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26

보헤미안 랩소디 - 정재민 소설 리뷰 편이 되어주지 못하는 나로 인해 가장 서러운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p9 가여운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서 광대 옷을 억지로 입고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공연을 했는데, 그 관객은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객석을 떠났던 것이다. p67 '퀸'이라는 밴드의 곡과 제목이 같다. 몇 년 전, 우연히 접하게 된 'Bohemian Rhapsody'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부분의 영어 노래는 가사에 담긴 내용을 깊게 생각하지 않고 멜로디와 리듬을 주로 듣게 된다. 하지만 친구가 이 곡을 소개해 줄 때는 곡의 가사를 그림으로, 만화로 담은 것을 보여주며 노래를 들려주었다. 가사의 내용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알고 난 후 곡을 듣자 색다른 구성과 함께 의미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가사에 담긴 .. 2020. 1. 19.
나를 보내지 마 -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리뷰 읽어나가기 시작할 때 분명 작가는 일본 태생인 것 같은데, 작품 배경은 영국이라 조금 어리둥절했다. '나를 보내지 마'는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SF인 듯 아닌 듯 한 소설이다. 분명 현실과는 조금 엇나간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아마 접할 수 있는 복제인간을 주제로 한 작품 중 가장 감성적이고 섬세한 작품일 것이다. SF 특유의 기계적인 분위기 보다는 평범한 10대 청소년들의 성장소설에 가까운 분위기 인데다, 복제인간을 연상시킬 수 있는 단어만 언뜻 언뜻 등장할 뿐, 아무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작품 내부에서 이 '비밀'을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작품 내의 청소년들의 비밀을 다루는 태도는 그들의 기숙사 생활에서의 사건들과 같이 독자가 10대를 추억하게 해준다. 아무도 이들이 평범하지 .. 2020. 1. 16.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황지우 시집 리뷰 황지우 시인의 다른 시집인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훑어보다가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를 읽었다. 두 시집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달랐고, 두 감정의 흐름 모두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조금 더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사유하고자 하는 생각이 보였다. 문학에서 객관성을 보는 것은 아이러니이지만 시인이 시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한 흔적이 보였다. 반면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에서는 삶의 밑바닥에서 보이는 것들을 담아낸 흔적이 많았다. 죽음, 우울, 사랑을 주제로 하는 시가 많았고 감정에서의 솔직함이 더 드러나 보였다. 책 뒤에 적힌 글을 보면 황지우 시인은 90년대 당시 정신병리에 심취해 있었고 그를 관찰하고 실험하는 시기를 겪었다고.. 2020. 1. 16.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시집 리뷰 박노해 시인의 본명은 박노해가 아니다. ‘노동자의 해방’에서 따 와 이름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시집을 읽기 전에 이름이 신기하다고 생각해 찾아보았고 덕분에 시집을 읽으며 ‘아, 이런 시인이구나’를 조금 더 빨리 납득할 수 있었다. 정치적으로 매우 편향되어 있음이 시집에서도 많이 드러났다. 엘리트주의를 비판하고 환경주의, 반미주의에 집중해 있음이 시집에서 보였다. 시를 이렇게 정치적 메시지를 담으면서 쓸 수도 있구나 싶었다. 이런 시를 읽은 기억은 많지 않다. 서정시가 아니라 모더니즘을 담은 시라도 이렇게 노골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인상 깊은 시 중 하나는 “삼성 블루”였다. 마침 관련 이슈가 핫할 때라 그런가, 좀 더 충격이었다. 시가 이런 식으로 현대적인 느낌이 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아이폰.. 2020. 1. 14.
카프카 단편집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 리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꽤 유명한 소설이다. 어릴 때는 바퀴벌레로 변하는 게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주인공이 너무 불쌍했다. '형무지에서'를 어린 나이에 읽었더니 카프카에 대한 관심은 꽤 생겼는데, 다른 책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오랜만에 그의 글을 읽어봤다. 단편을 정말 잘 쓴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깔끔하게 끝난다. 특히 '선고'는 갈등의 절정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순식간에 결말로 치닫는 게 마음에 들었다. '시골 의사'도 유명한 소설이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인 탓이었는지 나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보다는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단식 광대'가 더 인상적이었다. '단식 광대'는 단식에 집착하는 광대의 생애를 다룬 이야기이다. 단식에 집착하여 정해진 40일을 .. 2020.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