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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카프카 단편집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 리뷰

by 칠월색 2020. 1. 14.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꽤 유명한 소설이다. 어릴 때는 바퀴벌레로 변하는 게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주인공이 너무 불쌍했다. '형무지에서'를 어린 나이에 읽었더니 카프카에 대한 관심은 꽤 생겼는데, 다른 책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오랜만에 그의 글을 읽어봤다. 단편을 정말 잘 쓴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깔끔하게 끝난다. 특히 '선고'는 갈등의 절정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순식간에 결말로 치닫는 게 마음에 들었다. 
'시골 의사'도 유명한 소설이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인 탓이었는지 나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보다는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단식 광대'가 더 인상적이었다. '단식 광대'는 단식에 집착하는 광대의 생애를 다룬 이야기이다. 단식에 집착하여 정해진 40일을 넘겨도 계속 단식을 하고 싶어 견디지 못하고, 자신을 보러 와주는 사람들의 관심에 열광한다. 나는 이 광대가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느꼈다. 몸과 정신 건강에 안 좋을 정도로 일이나 공부에 집착하고 타인의 인정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종종 있다. 자신이 그 일의 노예가 되었다는 생각은 못하고, 능력에 취해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사람들. 물론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것은 좋지만, 조금 과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나도 일의 성취감을 좋아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무리할 때가 가끔 있는데, 그런 면이 단식 광대의 모습에 비춰 보여서 조금 반성하게 됐다. 
해설을 보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카프카가 이 네 소설에 모두 대조되는 두 소재를 담았다는 것이다. 각 소재는 예술적 자아와 시민적 자아의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시골 의사'를 다시 보게 됐다. 꿈을 쫓을지, 현실을 쫓을지 선택해야 하는 경험은 모두에게 있다. 카프카도 그것을 겪었기 때문에 그의 소설에 간접적으로 담아내고 싶었나 보다. 카프카의 인생을 알고 나니까 소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고, 자전적인 얘기를 소설에 잘 담아내는 것도 좋은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9월 29일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