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모노레일을 읽게 된 건, 이 작품집에 있는 다른 작가의 SF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다른 이야기도 읽고 싶어져 도서관에 책을 신청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도서관 바코드에 가려져 버리는 바람에 나는 이 작품집이 어떤 작품들을 모은 건지 모른 채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 책은 타임리프 공모전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 모아둔 것이었다. 타임리프 공모전은 생소하지만, 타임리프를 주제로 한 작품은 여기저기에서 꽤 많이 봐 왔다. 얼마나 많은지, 점점 클리셰가 되어가는 면도 없잖아 있다. 이 책은 흔한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클리셰가 있는 듯 없는 듯한 작품을 모았다. 아마 신생 작가들의 신선함이 배어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공모전 수상작이 소설로 출간된 것을 종종 읽어보는데, 신선한 인상을 받으며 재밌게 읽었다. 이 책도 그중 하나가 되었다.
여섯 개의 소설 중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이다. 두 개의 이야기가 따로 흘러가다가 마지막에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 형식이라 좋았고, 클리셰에 가깝지만 '타임리프는 의미 없다'는 주제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방식도 좋았다. 두 가지 클리셰가 섞여 신선한 이야기가 되었다. 소소하지만 동요 "작은 별"이나 '모듬 초밥'같이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현실적이어서 더 현실감이 느껴지고 좋았다.
그다음으로 인상깊었던 소설은 책 제목을 따온 소설인 "러브 모노레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연히 여태까지 사귀어 왔던 모든 사람을 한 번에 만나는 점과 거기서 선택하는 사람까지. 결말 부가 좀 급격해서 헷갈리긴 하지만 시작 부분이 흥미를 끌어서 책을 계속 읽고 싶게 만들었다. 그 외 네 개의 다른 소설도 읽다가 이야기가 흔히 흘러가는 그런 전개가 되지 않을까 예상하면 그것을 깨버리면서 진행하는 점이 좋았다. 신선한 타임리프물을 찾는다면 꽤 추천한다.
2018년 11월 7일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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