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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곽재식)

by 칠월색 2020. 1. 13.

책 제목이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이다. 상당히 길어서 말하다 보면 항상 틀린다. 그렇다고 이 제목이 틀린 것은 아니다. 내포 독자가 글을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글쓴이는 곽재식 작가님이다. 카이스트 출신으로, 6개월간 단편 4편을 완성하여 글을 빨리 쓰는 작가로 유명하신 분이다. 몇 주 전, 곽 작가님의 공상과학 소설을 웹진에서 읽었다. 짧은 글이었지만 요새 읽은 어느 글보다도 더 긴 시간 동안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멋진 글을 쓰는 분이 글쓰기 비법을 알려주신다고 하니, 이 책은 꼭 사서 두고두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새 내용은 없고 독자를 자극하려고만 하는 자기계발서가 많다. 이 책과 비교했을 때, 각 장의 첫 부분에서 흥미를 끌어 독자를 사로잡으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점은 같았다. 반면, 이어지는 내용이 솔직하고 알차서 계속 읽고 싶어진다는 점이 달랐다. 글을 쓰려는 독자에게 글 쓰는 것이 행복하기엔 고난과 역경이 끼어든다.’라고 말한다. 책의 주제와 반대되는 것 아닌가? 예상치 못한 솔직함이 신뢰를 준다. 문학에 죽음과 바람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신문 기사는 다 같은 표현밖에 쓰지 않는다고 투덜거린다. 어느새 공감이 담긴 웃음을 지으며 책을 넘기게 된다.

좋은 글감을 찾는 법, 재미있게 이야기를 꾸리는 법, 아름답게 글을 꾸미는 법, 그리고 꾸준히 쓰는 힘을 기르는 법을 경험에 비추어 소개한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은 사람 일 순위는 문학 작품을 쓰려는 사람이다. 독자가 아닌 작가의 관점에서 글을 접하는 흔치 않은 기회다. 좋은 작품을 감상할 때, 창작자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감탄만 나왔었다. 샘물처럼 펑펑 쏟아져 나오는 예시를 읽다 보면 유명 작가의 비밀을 훔쳐보는 느낌이 든다. ‘나도 글을 잘 쓸 수 있을 거야, 혹시 못 쓰더라도 일단 써보자!’라는 생각을 불어넣어 준다. 마지막 쪽까지 다 읽고 난 뒤에는 의욕이 넘쳐 몇 달 동안 쓰지 않던 일기도 썼다.

다른 글쓰기 책보다 친절하게 독자가 글을 쓰도록 유도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매우 구체적이고 예시도 많아 이해가 쉽다. 바로 앞의 문장을 예시로 흔한 표현을 대체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기록 잘하기’, ‘글을 완성하기와 같은 당연한 이야기도 경험담을 섞어 합리적으로 설명해주니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장이 끝날 때마다 핵심을 요약해 준다는 점,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하더라도 강요는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배려를 느꼈다.

목적이 뚜렷한 책이지만, 이야기를 쓸 생각이 없는 사람들도 적당히 유용하고 많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소설을 쓰기 싫은 사람도 다른 유형의 글은 쓰기 마련이다. 소설 작성을 위한 조언을 조금만 변주하면 수필, 일기나 자기소개서, 심지어 SNS와 블로그에 쓰는 글에도 활용할 수 있다. 감상문에 쓸 만한 방법도 알려준다. 이 감상문을 쓸 때도 일부 적용해 보았다. 쓸 내용을 미리 간략히 적어두고, 순서와 상관없이 쓰고 싶은 부분을 먼저 다듬고 합치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책을 읽기 전에는 글의 구성을 논리적으로 조직하는 데에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작정 처음부터 글을 써 내려갔다. 그런 나를 설득해서 좋은 방법을 사용하도록 이끌어준 책에 고마움을 느낀다

 

2018년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