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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29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황지우 시집 리뷰 황지우 시인의 다른 시집인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훑어보다가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를 읽었다. 두 시집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달랐고, 두 감정의 흐름 모두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조금 더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사유하고자 하는 생각이 보였다. 문학에서 객관성을 보는 것은 아이러니이지만 시인이 시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한 흔적이 보였다. 반면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에서는 삶의 밑바닥에서 보이는 것들을 담아낸 흔적이 많았다. 죽음, 우울, 사랑을 주제로 하는 시가 많았고 감정에서의 솔직함이 더 드러나 보였다. 책 뒤에 적힌 글을 보면 황지우 시인은 90년대 당시 정신병리에 심취해 있었고 그를 관찰하고 실험하는 시기를 겪었다고.. 2020. 1. 16.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시집 리뷰 박노해 시인의 본명은 박노해가 아니다. ‘노동자의 해방’에서 따 와 이름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시집을 읽기 전에 이름이 신기하다고 생각해 찾아보았고 덕분에 시집을 읽으며 ‘아, 이런 시인이구나’를 조금 더 빨리 납득할 수 있었다. 정치적으로 매우 편향되어 있음이 시집에서도 많이 드러났다. 엘리트주의를 비판하고 환경주의, 반미주의에 집중해 있음이 시집에서 보였다. 시를 이렇게 정치적 메시지를 담으면서 쓸 수도 있구나 싶었다. 이런 시를 읽은 기억은 많지 않다. 서정시가 아니라 모더니즘을 담은 시라도 이렇게 노골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인상 깊은 시 중 하나는 “삼성 블루”였다. 마침 관련 이슈가 핫할 때라 그런가, 좀 더 충격이었다. 시가 이런 식으로 현대적인 느낌이 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아이폰.. 2020. 1. 14.
카프카 단편집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 리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꽤 유명한 소설이다. 어릴 때는 바퀴벌레로 변하는 게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주인공이 너무 불쌍했다. '형무지에서'를 어린 나이에 읽었더니 카프카에 대한 관심은 꽤 생겼는데, 다른 책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오랜만에 그의 글을 읽어봤다. 단편을 정말 잘 쓴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깔끔하게 끝난다. 특히 '선고'는 갈등의 절정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순식간에 결말로 치닫는 게 마음에 들었다. '시골 의사'도 유명한 소설이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인 탓이었는지 나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보다는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단식 광대'가 더 인상적이었다. '단식 광대'는 단식에 집착하는 광대의 생애를 다룬 이야기이다. 단식에 집착하여 정해진 40일을 .. 2020. 1. 14.
러브 모노레일: 제 1, 2회 타임리프 공모전 수상 작품집 리뷰 러브모노레일을 읽게 된 건, 이 작품집에 있는 다른 작가의 SF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다른 이야기도 읽고 싶어져 도서관에 책을 신청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도서관 바코드에 가려져 버리는 바람에 나는 이 작품집이 어떤 작품들을 모은 건지 모른 채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 책은 타임리프 공모전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 모아둔 것이었다. 타임리프 공모전은 생소하지만, 타임리프를 주제로 한 작품은 여기저기에서 꽤 많이 봐 왔다. 얼마나 많은지, 점점 클리셰가 되어가는 면도 없잖아 있다. 이 책은 흔한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클리셰가 있는 듯 없는 듯한 작품을 모았다. 아마 신생 작가들의 신선함이 배어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공모전 수상작이 소설로 출간된 것을 종종 읽.. 2020. 1. 13.
그대 눈동자에 건배 -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집 리뷰 히가시노 게이고가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다. 아마 '그대 눈동자에 건배'가 베스트셀러일 즈음부터. 그전에도 유명했다고는 하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작가일 뿐이었다. 그래도 일러스트와 제목이 인상 깊어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존재를 잊고 있다가, 우연히 아무것도 하기 싫어 전자책 목록을 뒤적거리다 발견해서 새벽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사실 책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단편집인 줄은 몰랐다. 요새 왠지 단편집을 많이 읽고 있다. 다양한 작가의 단편을 모아둔 단편집이나 장편소설과는 달리, 이런 식으로 한 작가가 쓴 단편집을 읽으면 작가의 특징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이야기 흐름이 짧아 쉽게 읽히고, 마음의 준비도 덜 해도 돼서 오히려 장편소설 한 권보다 빨리 읽게 된다. 이 단편집으로 내가 본 히가.. 2020.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