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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조남주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페미니즘 소설집 리뷰 "82년생 김지영"으로 유명한 조남주 작가, "쇼코의 미소"의 저자 최은영 작가, "위저드 베이커리", "파과"등으로 유명한 구병모 작가 등, 7명의 여성 작가들이 모여 쓴 소설집이다. 책 내에서 저자 소개를 그 작가가 쓴 소설이 나올 때마다 해줘서 좋았다. 읽으면서 소설의 순서 구성에 감탄했다. 처음으로 나오는 조남주 작가의 "현남 오빠에게", 여기서 현남 오빠의 극도로 리얼한 '오빠'의 모습을 견뎌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가까이에 있는 취약해 보이는 여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려는 그 수많은 전형적인 행위의 묘사를 견디면 주인공이자 화자의 시원한 마지막 한 방을 들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현실에선 그렇게 한 방을 날렸다간 범죄 행위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은 씁쓸하지만. 그 부분은 .. 2020. 7. 9.
빙글빙글 우주군 - 배명훈 장편소설 리뷰 밀리의 서재에서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구글링하면 같은 작가의 동명의 초단편소설 밖에 나오지 않는다. 소설을 읽고 이런 소설을 원래부터 썼던 사람인 줄 알았다. '이런 소설'이라는 게 무엇인가 하면 애매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작가의 말에 사건과 등장인물이 좀 멀리 떨어진 이야기를 쓰는 것이 새로운 시도라고 되어 있긴 했다. 새로운 시도를 한 것 같지 않게 아주 노련했다는 뜻이다. 배명훈 작가는 2004년에 등단한 유명 SF 작가이기 때문에 당연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세계관과 사건은 상당히 참신하고 범우주적이다. 화성에도 문명이 있어 지구와 연결된다든가, 인위적인 구조물 같은 것이 생겨나 태양광을 지구에 더 반사해서 지구가 더 더워졌다든가. 그 외에도 상당히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점을.. 2020. 3. 29.
신경 끄기의 기술 - 마크 맨슨 자기계발서 리뷰 오랜만에 자기 계발서를 읽어본다. 최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던 일이 있어서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기 계발서의 한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재밌었다. 자기 계발서의 한계란, 읽고 나서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지만 실제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내가 뭔가 했다는 뿌듯함만 안겨주고 끝이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마크 맨슨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가 범상치 않음을 느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지 못한 행동을 한 사람의 사례를 정말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내가 오디오북으로 책을 읽어 생략된 부분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어떡하라는 건가? 소위 .. 2020. 3. 28.
우리가 과학을 사랑하는 법 - 곽재식 과학도서 리뷰 여태 읽었던 과학 교양서 중 제일 강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과학사와 과학 상식,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 의미의 균형이 절묘하다. 과학사는 읽을수록 이걸 어떻게 조사해서 알아냈을까 싶을 정도로, 인생에서 흥미로울 법한 에피소드는 다 들어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물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밝혀내 까발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위대한 과학자라고 해서 우리와 전혀 다른 외계인 같은 사람이 아니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혹은 살아갔던 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은 여러 여성 과학자를 소개하는 책이기에 이 사람들이 지금보다 조금 더 과거이기에 좀 더 구시대적이고 편견이 강했던 사회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어떻게 이겨내고 견뎌냈는지 보여준다. 여성 과학자는 가려.. 2020. 3. 28.
덧니가 보고 싶어 - 정세랑 장편소설 리뷰 어제에 이어 정세랑의 또 다른 장편소설을 읽었다. 이 책 역시 거의 하루 만에 주파했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홀린듯이 읽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소설가다. 그것도 장르문학을 쓴다. 챕터가 신기한 구성인데, 인물 둘의 장면이 번갈아 나오고 그 중 소설가의 장면이 나오면 소설가가 교정을 보는 단편소설이 액자식 구성으로 나온다. 그래서 장편 하나를 읽으며 그 안의 수많은 단편도 같이 읽은 셈이다. 어떻게 이렇게 아이디어가 샘솟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책 속의 단편에서 계속 남자 등장인물이 죽는다는 것이, '남자 등장인물을 죽여야 글이 재밌어져'라고 말하는 편집자의 말이 어쩌면 소위 '미러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냉장고 속의 여자'를 비튼 것 같기도 하다. 글의 재미를 위해 .. 2020.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