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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리스터와 AI 하드웨어

멤리스터(Memristor)

by 칠월색 2021. 1. 20.

멤리스터(memristor)memoryresistor의 합성어로, 이전의 상태를 모두 기억하는 메모리 소자이다. 1971년에 처음으로 수학적으로 제안된 전자회로의 네 번째 수동소자이다. 수동소자란 증폭이나 에너지 변환 등의 능동적 기능 없이 에너지를 소비, 축적, 통과시키는 소자로, 저항, 축전기(capacitor), 인덕터가 이에 속한다.

전자회로의 네 가지 기본 변수와 네 가지 수동 소자(https://doi.org/10.1038/nature06932)

전자회로에는 네 가지 기본 변수가 있다. 전류(I), 전압(V), 전하(q), 플럭스(Φ), 전류는 흘러간 전하의 합, 플럭스는 시간에 따른 전압의 합이다. 이러한 기본 변수의 조합을 통해 수동소자의 물리량이 결정된다. 옴의 법칙(V=IR)에 따라 저항은 전류와 전합의 관계를 통해 정의되고, 전압과 전하량 사이에서 축전기의 물리량인 전기용량이 정의된다. (Q=CV) 인덕터의 물리량인 인덕턴스는 플럭스와 전류의 관계로 결정된다. (Φ=LI) 여기서 채우지 못한 관계식인 플럭스와 전하량의 관계를 정의하는 수동소자에 1971년에 추아 교수가 멤리스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멤리스터는 전하의 변화에 따라 플럭스가 변하는 성질을 갖는다. 플럭스의 변화는 자속에 직접적인 역할을 미치기 때문에, 전하의 변화로 자속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멤리스터는 교류에서만 동작한다. 이때 그 이전의 이력 변화에 따라 처음 상태가 아닌 다른 값으로 돌아가는 현상인 이력현상(hysteresis)을 보인다. 그에 따라 비선형적인 저항의 특성을 가진다.

HP사에서 개발한 멤리스터 소자는 두 개의 Pt wire가 겹치는 교점 사이에 반도체 코팅에 쓰이는 이산화티타늄층을 넣어 구현했다. 이산화티타늄은 oxygen vacancy를 가질 수 있다. 이는 반도체에서 결함의 주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멤리스터에서는 이를 역으로 이용했다. Oxygen vacancy가 생기면 전기적으로 중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유전자가 생겨 carrier역할을 하기에 전기전도도가 증가한다. 멤리스터는 oxygen vacancy가 적은 TiO2oxygen vacancy가 많은 TiO2-x의 접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TiO2-x는 산소결핍량 만큼 공핍층이 생겨 전기전도도가 높다. TiO2는 전도도가 낮아 절연층 역할을 한다. 멤리스터 양극단에 전위차가 발생하면 방향에 따라 두 층의 경계면이 이동한다. 상단의 TiO2-x층에 양의 바이어스를 인가하면 양이온이 아래쪽으로 이동하여 TiO2층이 감소하여 전도도가 높아지고, 반대로 음의 바이어스를 인가하면 양이온이 위로 이동하여 TiO2-x층이 감소하여 전도도가 낮아진다. 전원이 꺼져 전류의 공급이 끊기면 산소 이온의 이동이 정지된다. oxygen vacancy 분포가 변하지 않기에 이전의 저항 값, 즉 흘러간 전류의 양을 추정할 수 있게 된다. 멤리스터 소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압 펄스에 따라 저항이 변한다. 그리고 그 값이 그대로 유지되어 기억할 수 있기에 비휘발성 메모리에 활용되기 적합하다.

바이어스에 따른 멤리스터의 도핑영역의 변화 (https://cmc-dresden.org/vision/) © bryan christie design

 

이 소자가 1971년에 제안되었던 멤리스터의 개념을 제대로 구현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멤리스터의 개념이 제안되었을 때는 전하만으로 회로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자기장을 발생시킬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지만, HP사에서 구현한 Pt-TiO2-Pt 멤리스터는 변하는 저항값을 가지고 있고, 그 상태가 기억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멤리스터 소자는 반도체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HP사에서는 멤리스터를 격자 형태로 겹쳐 crossbar latch를 만들어 AND, OR, NOT 논리회로를 구현했다. 이는 멤리스터가 훨씬 더 작은 영역을 차지하면서 트랜지스터를 대체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멤리스터는 더 적은 에너지와 더 빠른 속도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멤리스터를 이용해 뉴로모픽 칩 시냅스를 구현한 사례도 있다. KAIST 최성율 교수(전기및전자공학부) 연구팀이 멤리스터 소자의 구동 방식을 아날로그 형태로 변화해 뉴로모픽 칩의 시냅스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기판 위에 고분자 소재 기반의 유연 멤리스터를 제작하면서 소자 내부에 형성되는 전도성 금속 필라멘트 크기를 금속 원자 수준으로 얇게 조절하면 멤리스터의 동작이 디지털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현상을 이용해 멤리스터의 전도도 가중치를 연속적, 선형적으로 갱신할 수 있고 구부림 등의 기계적 변형 상태에서도 정상 동작하는 유연 멤리스터 시냅스 소자를 구현했다.

 

참고문헌

조경록 (2010. 02). Memristor, 4번째 기본 회로소자 기술동향. IDEC 뉴스레터. 6-9

차원용. (2018. 09. 23). [AI] 4. 회로를 구성하는 4번째 요소, 멤리스터 . IT News. http://www.itnews.or.kr/?p=29205.

최정재. (2019. 02. 10). 멤리스터 소자 활용, 뉴로모픽 칩 시냅스 구현. 사이언스모니터. http://scimonitors.com/멤리스터-소자-활용-뉴로모픽-칩-시냅스-구현/

최지원 (2017. 03). 전자회로의 미싱링크멤리스터는 존재하는가. 과학동아. 42-45

Strukov, D., Snider, G., Stewart, D. et al. The missing memristor found. Nature 453, 80–83 (2008). https://doi.org/10.1038/nature06932